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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운동선수

학생 운동선수

건우는 볼링그린 중학교 7학년에 다니는 나의 아들이다. 우리로 치면 중학교 1, 2학년 정도의 과정으로 알다시피 가장 예민한 사춘기 시기이다. 그래서 홀로 방에서 지내는 시간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일반적인 청소년의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모든 부모들이 그렇듯이 내 아이는 공부도 잘하고 착하게 자라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 나이에 누가 그렇게 부모님들의 마음을 충족시켜주겠는가? 건우는 운동을 좋아해서 야구, 축구, 풋볼, 농구 등 다양한 스포츠를 하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오하이오주에서는 아이들의 스포츠 활동은 주로 학교 팀이 아닌 클럽에서 진행된다. 그래서 야구팀이나 축구팀은 고등학교에 가서야 비로소 학교 이름이 들어간 유니폼을 입고 게임을 하게 된다. 하지만 유일하게 볼링그린 중학교에서는 7학년이 되면 학교 소속 농구팀에 들어갈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운동을 좋아하는 학생들은 농구팀에 서로 들어가려고 해서 경쟁도 치열하다. 여기는 항상 공평하게 여러 명의 코치들이 엄격한 트라이아웃을 통해 선수를 뽑는다. 아이들이 농구팀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친구들 사이에서 더 멋지게 보일 수도 있고 학교 대표라는 자부심도 가질 수 있어서다. 또한 농구 시합을 하게 되면 같은 학년 여학생 치어리더들이 홈경기는 물론 원정경기 응원까지 같이 다니게 되고, 홈 경기 시 일반 학생들이나 학무보가 단체로 응원을 하러 온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 건우도 농구팀에 들어가고 싶어서 최선을 다했다. 농구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트라이아웃을 통과 할 수 있는 무기가 필요했다. 이곳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농구를 시작하기 때문에 경력이 보통 5년 이상 되고 그렇다 보니 기술이 당연히 건우보다 낫다. 그래서 건우는 또래보다 키가 크니 좀더 키를 키워서 리바운드를 잘 하는 센터가 되는 것으로 스스로 방향을 잡았다. 어느 날 건우가 나에게 어떻게 하면 키가 크는지에 대해 질문을 했고 난 당연히 잘 먹고 잘 자야 키가 크고, 그래서 보통 10시 이전에는 깊은 잠에 들어야 성장 호르몬의 분비가 활발해진다는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다. 그 이후로 원래 어릴 때부터 기본적으로 잘 먹고 잘 자던 건우가 저녁 9시30분쯤 되면 할 일을 마치고 잠자리 준비를 시작하게 되었다.

농구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학교 성적 또한 관리를 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과목 중에 F 가 있게 되면 농구팀 트라이아웃조차 참가할 수 없게 되어 있기 때문에 공부를 하라고 하지 않아도 성적에 신경 쓸 수 밖에 없다. 과목이 다 어렵겠지만 특히 리딩이나 사회(역사)는 미국에서 성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과목보다 더 어려워한다. 그래서 평소에 은근히 푸시를 해도 잘 하지 않던 공부를 스스로 신경 써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상황이 저절로 아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모습에 우리 부부는 적잖이 놀랐다. 그렇게 열심히 준비해서 건우가 간절히 바라던 볼링그린 중학교 7학년 농구 선수로 선발되는 기쁨을 누리게 되었다. 이 모습을 보며 내가 걸어온 운동선수의 현실과 비교되는 것은 설령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운동을 하며 공부도 같이 잘 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은 모든 부모들의 바람이다. 나 또한 그렇게 하기가 불가능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적절한 학교 시스템 운영으로 자연스럽게 해결 될 수 있는 환경을 보면서 과연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는 운동선수가 되면 무조건 프로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누구나 엘리트 스포츠 선수를 꿈꾼다. 하지만 프로선수가 되는 것은 5% 미만의 아주 힘든 일이다. 어려서 운동을 하는 것은 신체적인 발달과 정신 건강, 그리고 단체 스포츠를 통해 팀워크와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까지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좀더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부분들이 있지 않나 싶다. 미국에서는 학생 운동선수(STUDENT ATHLETES)라고 부르지 운동선수 학생이라고 부르지 않는다고 한다. 운동선수 이전에 학생이 먼저이며 공부를 한 후에 운동을 하는 것을 기본으로 생각하고,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인 것들을 배워야 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우리는 보통 공부라 하면 국ㆍ영ㆍ수 등 여러 과목을 생각하지만 이 곳에서는 그 의미도 조금은 다른 듯한 느낌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야구선수로 성장하고 싶은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공부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점점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 야구선수가 되려는 아이들이 줄어들게 되면 그 만큼 우수한 자원이 부족해진다. 현재도 프로 현장에서는 선수를 키우는 것보다는 외국인선수를 더 늘리고 싶어하는 것이 그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단기적인 접근이 아닌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학생 운동선수, 즉 학생 야구선수를 만들어 가야 하는 시기가 아닌가 싶다. 다행히 최근 한국야구위원회(KBO)를 중심으로 유소년 야구에 대해 연구와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이런 움직임들이 지속적으로 전개되고 발전한다면 아이들에게 더 많은 꿈과 기회를 제공하게 되며, 더 나아가 한국 스포츠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볼링그린 하이스쿨 코치ㆍ전 LG 코치

이 종열
이 종열
SBS Sports 야구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