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운동선수는 머리가 나쁘다?

리틀 월드 시리즈 (2)불문율을 뒤집은 코칭스태프
<70>리틀 월드 시리즈 (2)불문율을 뒤집은 코칭스태프
2014년 9월 1일
NC의 애리조나 교육리그를 다녀와서(1)
<72>NC의 애리조나 교육리그를 다녀와서(1)
2014년 10월 13일
운동선수는 머리가 나쁘다?

운동선수는 머리가 나쁘다?

“운동선수는 머리가 나쁘고 공부를 못 한다.” 주위에서 흔히 하는 이야기이며 한편으로 보면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하다. 학교를 다니면서 운동을 하다가 그만둔 후 공부를 해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한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그런 인식이 뿌리내린 것 같다. 그렇다면 운동선수에게 해당하는 그런 환경을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학문을 중요시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공부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이 대단한 민족이다. 그것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었으며 나도 당연히 동의한다. 그리고 그 열정과 노력을 운동하는 학생들에게도 나눠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운동하는 학생들이 공부를 못 하는 이유 중에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정말로 운동을 하면서 공부도 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있다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볼 필요가 있다.

나의 경우를 들어보겠다. 나는 서울 길동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장충 중학교로 진학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버스를 두 번 갈아 타고 대략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의 학교였다. 당시 우리 중학교는 1학년은 전체 수업을 다 받고 2, 3학년은 5교시 수업을 마치고 운동을 시작했다. 1학년 때 학교 수업을 마치고 운동장에서 훈련을 마치는 시간이 여름의 경우 대략 밤 8시 전후다. 여름에는 해가 길기 때문에 해가 지기 전까지는 훈련을 끝낼 수 있다. 훈련을 마치고 3학년, 2학년 선배들이 순서대로 집으로 돌아가야 비로소 1학년들은 청소를 마치고 하교할 수 있었다. 그러면 보통 밤 10시가 넘어서 버스를 타는 순간부터 졸기 시작한다. 어린 학생에게 그 피로의 정도는 실로 엄청났다. 서서도 졸고, 앉으면 완전히 곯아 떨어져서 종점까지 가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면 거의 밤 12시에 가까운 시간이 된다. 숙제는 고사하고 씻고 자기에도 바빴다. 아침에는 늦어도 오전 8시까지 등교를 해야 하기 때문에 몇 시간 잠도 못 자고 6시30분에는 집을 나서야 지각을 하지 않는다. 각 과목마다 숙제가 있는데 이런 일상 속에서 숙제를 한다는 건 언감생심이지만 선생님들은 운동선수라고 눈 감아 주는 경우는 경우가 없었다. 회초리나 야단을 맞는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면 누구든 수업 시간이 두려워지며 교실에 들어가기 싫어진다. 과목의 진도를 따라가기는 더 어려워져서 결국 운동도 힘들고 공부도 힘들어진다. 그렇다 보니 운동 선수들은 수업 시간에 잠이나 자고 거칠고 무식하며 공부 못하는 학생으로 낙인 찍힌다. 나의 중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영어 담당이었는데 매일 종례를 마치고 나면 쪽지 시험을 봤다. 대략 20문제 정도의 단어 시험을 보았는데 틀리는 개수만큼 엉덩이를 맞았다. 어쩔 수 없이 온종일 영어 단어만을 외워야 했다. 그것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외웠으며 매일 공포의 시간이었다. 수업을 마치고 운동장에 나가서도 머릿속에는 온통 영어 단어가 맴돌았다. 그리고 2, 3학년이 되어서는 공부의 기본기가 떨어지다 보니 학업 성적은 점점 더 나빠졌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오전 수업 3시간을 마치고 점심을 먹은 뒤 운동을 시작했다. 그 때부터는 공부를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특히 수학이나 영어 같은 경우는 기본이 돼 있지 않으면 전혀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때문에 운동선수는 무식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단지 나타나는 현상만을 보고 그것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자세히 보면 더 중요한 부분이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주말리그를 시행해서 고등학교 야구선수들을 수업에 들어가기 한다. 하지만 과연 선수들이 수업을 제대로 따라갈 수 있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수업은 원하는 만큼 성과를 얻기 어렵다. 단지 운동선수들을 수업에 참여시킨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 곳에 와서 알게 되었다.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순서가 필요하며 점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이 곳에서는 초등학교부터 운동 시간을 일주일에 몇 번, 하루에 몇 시간 식으로 정해서 움직인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운동 횟수와 시간을 늘려가는 방식이다.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공부와 운동을 병행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운동을 하다가 그만 두면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그렇다고 이 학생들을 낙오자로 만드는 것은 개인이나 국가적으로 큰 낭비다. 운동선수들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운동을 하면서도 공부의 끈을 놓지만 않는다면 분명히 기회는 있다. 우리사회가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볼링그린 하이스쿨 코치ㆍ전 LG 코치

이 종열
이 종열
SBS Sports 야구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