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부매니저가 말한 진짜 일본고교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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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부매니저가 말한 일반적인 일본고교야구

가네코 아카리(고교 2년생. 홋카이도 삿포로에 거주하며, 야구부가 약한 사립고등학교 야구부 매니저를 맡고 있다)

– 고교야구 매니저?

고등학교 1학년짜리 여학생에게, 야구부 매니저는 정말 인기 없는 써클활동이다. 지원하는 학생들은 야구를 따로 좋아하거나, 다른 사람을 서포트하며 인내를 키우고 싶거나 하는 일이다. XXXX고교 야구부라는 타이틀이 학교생활 기록부에 들어가기 때문에 동아리 활동으로 인정받고 있다.

우리 학교는 학년마다 3명의 매니저가 있으며, 총 9명이 청소, 빨래, 그라운드 정리, 훈련도구 관리, 간식, 기록작성 등을 하고 있다. 일이 힘들어 중간에 그만두는 학생들도 많은 편이다.

* 매니저들이 손을 모아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악세사리. 승리부적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한다.

– 매니저님의 학교는?

우리는 흔히 말하는 고시엔에 진입할 가능성이 없는 학교이지만 야구부의 기세가 역사적으로 큰 주기를 두고 한 번씩 강해질 때가 있는데, 지역 16강에서 32강정도가 최대치였다. 우리 지역에서 이정도면 흔히 말해 고시엔에 나서는 학교의 꽤 괜찮은 연습시합 상대정도로 생각한다.

고시엔에 나서지 못하는 학교는 어떤 목적의식을 가지고 뛰는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데, 우선 프로에 간다는 것, 그 다음 야구세가 강한 대학에 간다는 것, 이 많은 선택지는 소수의 뛰어난 선수들이 하는 것이고, 중학교에서 고등학교에 넘어 올 때부터, 학생들은 강한학교에 가느냐 아니냐로 예비선택을 한다. 우리는 강한팀이 아니기 때문에 순수하게 야구를 하면서 공부를 하고 싶은 학생들이 진학한다.

그렇기 때문에 훈련이나, 시합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어느 정도 수준까지 할 수 있을까를 시험하는 것이며, 우승할 의무는 없지만 지금 이 순간 야구로 눈물을 흘려볼 수 있는 다시 오지 않는 시기라는 것을 잘 알기에 전력을 다해 뛸 뿐이다. 우리학교만 그럴 수도 있는 부분이 있는데, 우리는 선수, 매니저가 함께 모여 시합에 대해 의논하고 전력에 대해 논한다. 전체적인 그림을 감독이 그려주면, 부원들 스스로가 상대투수를 어떻게 괴롭히고, 상대타자에 따라 수비위치에 대해 미리 논의한다. 이기고 싶은 마음은 똑같으니까.

– 고시엔에 나가지 못하는 학교의 수준?

에이스라고 할 수 있는 투수는 130km 중반대. 작년 지역대회 결승진출팀을 상대로 8회 동안 3점으로 막았다. 모두가 기적이라고 했다. 그 선수는 일생에 한번 걸린 럭키피칭이라고 말했다. 그 다음으로는 2학년짜리 130후반대 투수가 있으며, 학년별로 이런 선수가 없을 때도 있고, 운 좋으면 두 명까지 있다. 역대 투수 중에 가장 좋았던 때는 140km을 던졌다고 하는데 확실하지는 않다. 그러나 프로는 어림없고, 대학도 순수하게 입시를 치른 뒤 입부해야하는 수준이다.

내 생각에 야구라는 종목은 자기가 가진 것으로 최선을 다해야하는 종목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뛰어났다면, 야구부가 좋은 학교에 있었을 것이라 본다. 한편 한국의 야구부에 대해 전혀 모르지만 모두가 야구선수를 지망하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우리 학교 같은 수준으로는 전혀 덤빌 수가 없을 것이다.

보통 우리학교를 졸업한 선수들은 회사에 가서 낮은 수준의 사회인리그에서 뛰거나, 대학에 가서 대학 하부리그 선수로 취미로 뛰는 것이 대부분이다. 야구가 좋으니까 야구선수가 되지 않아도 회사와 학교를 다니면서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모두가 야구선수라는 타이틀에 목숨을 걸어야하는 한국 친구들이 우리보다 더 치열 할 수 있겠다.

– 터치, H2는 진짜일까?

아니, 그건 진짜 만화일 뿐, 매니저와 선수가 이야기 하거나, 따로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만해도 그런데, 아마 우수한 선수들이 몰려있는 학교들은 더욱 더 그럴 것이라 본다. 공부를 병행하기 때문에 상식적인 선에서 연애까지 할 시간적 여유는 없다.

– 선수들 부모님이 야구장에 오시나?

지역 어른들이 곧 이 학교 출신인 경우가 많아서 부모님이자 선배인 상황이 대부분이다. 우리학교는 야구선수가 되려는 목적이 없는 학교이기 때문에 부모님들이 고생한다고 맛있는 먹거리를 해주실 때가 있지만 강호교(고시엔진출 가능성이 높은)만큼 전력을 다해 뒷바라지 하시지는 않는다. 그냥 ‘오늘 야구부 어땠어? 아 즐거웠겠네’ 수준에서 끝나는 대화다.

– 매니저가 끝난다면?

보통 3학년 여름대회에서 탈락이 확정되는 순간부터 3학년들의 야구부활동이 끝난다. 모든 체계가 2학년 중심이 되며, 고교생으로 3년이지만, 야구부원으로는 2년 반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 1년 남았는데, 활동종료 시기(이들은 은퇴라고 한다)까지 좀 더 높은 라운드에 올라갔으면 좋겠다. 야구부원으로서의 감정을 며칠이라도 더 느끼고 싶다.

이 종열
이 종열
SBS Sports 야구해설위원